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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 종이이기 때문에 더 쉽게 변신 가능한 공간

이미지 출처 : Aesop _ Merci Merci
이솝은 전 세계 각지에 시그니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매장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여 고객과의 유대감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합니다. 뛰어난 제품과 고객서비스,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꾸준히 패키지와 매장을 통해 집요하게 구현했기에, 우리 모두가 선호하는 지금의 이솝 브랜딩이 완성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솝 시그니처 스토어 중 세 곳에서는 종이를 활용한 매장 인테리어를 선보였었는데요. 세 곳의 매장에서는 현재까지 종이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는 매장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매출이 오르지 않아서 사라진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시즌 별로 컨셉이 달라지는 편집스토어 Merci 설계 목적에 맞게 재사용할 수 있는 자원, 종이를 적절히 활용한 케이스였지요. 종이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던 과거의 매장 인테리어와 현재 남은 두 곳도 이어서 확인해보세요.

이솝 시그니처 매장의 다양한 종이 인테리어

첫번째. Merci Merci PARIS
전세계 이솝 시그니처 매장 중 가장 처음으로 메르시 메르시 파리 Merci Merci Paris지점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매장은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공간인 메르시 Merci 에서 한정 기간동안 볼 수 있었던 매장입니다. 한 쪽 벽 공간 전체에 상자가 쌓여있는 모습으로, 입체감이 상당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미지 출처 : Aesop _ Merci Merci
이 4,500개 가량의 상자는 전세계로 배송하는 데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상자로, 팝업스토어가 끝나면 100% 재활용이 되어 본용도인 배송상자로써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정 기간동안만 운영되어 해체가 되는 매장인만큼 인테리어 연출 역시 폐기 없이 환경에 가장 적은 오염을 주는 방향으로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 이솝의 브랜드 철학을 잘 담아내었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미지 출처 : Aesop _ Merci Merci
두번째. Downtown LA
그 다음 보여드릴 이솝 매장은 사우스 브로드웨이의 유서 깊은 극장가에 자리잡은 Downtown LA 지점입니다. 이 곳에서는 공간 전체에 6인치 원형 지관통을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였습니다. 크래프트 지관통이 가진 내추럴한 색상은 따뜻하고 매력적이며 상점 내부와 거리, 보도에 부드러운 빛을 발합니다. 매대는 압착시킨 재활용 종이로 만들었으며 골판지 튜브벽 마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눈에 무엇 하나 거슬리지 않는, 편안하고 조화로운 구성의 매력이 매장 내 분위기를 묘하게 만듭니다.
이미지 출처 : Aesop _ Downtown LA
이미지 출처 : Aesop _ Downtown LA
이미지 출처 : Aesop _ Downtown LA
세번쨰, Flinders Lane, Melbourne
마지막 이솝 매장은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Flinders Lane 지점입니다. 이 매장은 2007년, 단 5일동안 이루어진 한 팝업스토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이 팝업 스토어 매장의 인테리어는 모두 종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역대 매장 인테리어 중 가장 독창이었다는 평과 함께, 일반 대중에게도 짧은 시간에 상당히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Aesop _ Flinders Lane _ 과거 모습
이미지 출처 : Aesop _ Flinders Lane _ 과거 모습
2015년, 이솝 사내 디자인 부서에서 2007 과거의 매장 디자인이 다시 붐업이 되게 됩니다.물론 크고 작은 차이가 있었지만 두 번 모두 산업용 등급의 골판지를 사용하며 그 질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운영방안에 있어서는 오래된 모든 것이 새롭게 변했을 수 있지만, 과거의 유산을 품고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굳건히 하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완벽한 사례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Aesop _ Flinders Lane _ 현재 모습
이미지 출처 : Aesop _ Flinders Lane _ 현재 모습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헤어 제품에서 시작한 이솝. 친환경적인 제품임은 물론 디자인과 패키지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철학이 느껴집니다. 병과 종이박스 역시 재활용한 재료로 제작하며 일회용 쇼핑백 대신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패브릭 주머니에 담아주며, 인쇄물도 모두 식물성 콩기름 잉크만을 사용하고 있는 이솝. 어쩌면 경제적인 실리를 따질 수도 있었겠지만 굳건하고 일관성있게 브랜딩을 가져왔기에, 전세계가 따스함을 느끼는 지금의 브랜드가 되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종이의 집에서 열린 프라다 패션쇼

PRADA _ S/S 2023 Menswear Show
두 번째 종이 공간은 바로, 패션쇼장입니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 Rem Koolhaas의 건축사무소 OMA는 프라다의 2023 S/S시즌 맨즈웨어 패션쇼를 위해 거대한 페이퍼 하우스를 설계했습니다. 종이 한 장을 가져와 네 개의 사각형을 자르면 그것은 대형 창문과 벽이 되고, 또 네 개의 사각형을 연결, 조립하면 하나의 '집' 공간이 만들어지고, 집은 또 다른 집을 만들어냅니다. 천장에는 흰색 종이가 매달려 있고, 부드러운 갈색톤 질감의 바닥은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프라다의 런웨이를 관람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튼튼한 종이 판자로 만든 의자에 앉아야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Agostino Osio, Courtesy of AMO
이미지 출처 : Agostino Osio, Courtesy of AMO
이미지 출처 : Agostino Osio, Courtesy of AMO
이미지 출처 : Agostino Osio, Courtesy of AMO이미지 출처 : Agostino Osio, Courtesy of AMO
이 페이퍼 하우스는 오래전부터 패션쇼장에서 낭비되는 자원에 대해서 마음에 걸려하던 프라다와 OMA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프라다의 이번 시즌의 컬렉션 주제 역시 ‘사치에 대한 특별한 저항’으로 ‘본질로 돌아가는 것’에 집중을 하였고, 이 컬렉션의 쇼장 설계를 맡은 렘 쿨하스 역시 ‘100% 재활용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이번 프로젝트는 오늘 날 사치품이 가진 다층적인 의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럭셔리를 이야기하지만 부드러움과 겸손을 전달하는 공간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Agostino Osio, Courtesy of AMO
이미지 출처 : Agostino Osio, Courtesy of AMO
쇼가 끝나면 의류는 쇼룸으로 보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트장은? 종이로 만들었기에 철거되고 재활용될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행위를 하는 데에 있어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 그 공간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그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초의사춘기 역시 공간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그 공간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공간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파티션으로 빠르게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

Molo Design _ Paper softwall | Folding wall partition
세 번째 소개드릴 것은 벤쿠버에 기반을 둔 Molo 디자인 스튜디오의 접이식 종이 파티션입니다. 곡선형 또는 선형 형태로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현대적 디자인의 접이식 벽입니다. 접는 모양 대로 다양하게 변화가 가능하여 다양한 공간 연출을 할 수 있으며 분리도 용이합니다. 그렇기에 파티션 뿐만 아니라 벽, 의자, 블록 등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최대 4.5m까지 확장가능한 이 벽은 압축한다면 책 정도의 두께까지 얇게 수축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활용도 또한 높음은 당연합니다.
이미지 출처 : Molo design studio
이미지 출처 : Molo design studio
이미지 출처 : Molo design studio
이미지 출처 : Molo design studio
이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모든 아이템은 부직포 직물과 난연성 크래프트지, 두 가지의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크래프트 종이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50%의 재활용 섬유와 50%의 새로운 섬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디자인 스튜디오는 파티션 시리즈를 비롯하여 다양한 오브제, 블록, 의자를 제작합니다. 종이가 메인인 제품도 있고 목재와 섬유를 사용한 제품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소재에 있어서 1차적으로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며, 사용 후 재활용까지 용이한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이 모든 사이클에 있어서 환경 친화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Molo design studio
이미지 출처 : Molo design studio
이미지 출처 : Molo design studio
이렇게 소재 자체도 지속가능하지만, 하나의 공간을 하나의 소재로 상황에 맞게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기능적인 지속가능성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즉, 일차원적이지 않고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재와 디자인,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며 꿈꾸는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종이를 활용한 공간이라고 했을 때에는 그 견고함에 대해서 우려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드린 사례만 봐도 어쩔 땐 가구가 되기도, 벽이 되기도, 집이 되기도 하는 종이는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더 튼튼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단순히 소재가 가진 물성으로써의 지속가능성도 좋지만, 그 특성으로 인한 활용도 방면에서의 지속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습니다. 종이 뿐만 아닌 다양한 소재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할 때에, 이번 사례를 참고로 앞으로는 조금 더 고차원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식물로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 마초의사춘기에서 발행하는 PPP 매거진입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여러분께 자연과 식물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소개합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공간과 컨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