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3/P. 도시와 녹지: 그 효과와 방법에 대하여

'겨울 폭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유럽연합의 기후 관측기관인 코페르니쿠스는 유럽이 기록적인 '겨울 폭염'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와 스위스 등 여러 스키장은 눈이 내리지 않아 운영을 중단하였고, 스위스 기상청은 현재 온도가 "6월에 적합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어느 계절이든 이상기후 현상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져 버렸습니다.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벌목을 진행하는 바람에, 여름마다 폭염과 찜통더위로 달궈지고 있는 파리의 사례를 보면 단순히 식물을 심는 것 이상으로 체계화된 녹지화의 중요성을 알게됩니다.
3/P 에서는 녹지화의 환경적 효과에 대해 수치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마초의사춘기이기에 할 수 있는 파란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벌목과 식재: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심을 수는 없다”

환경적, 사회적, 과학적 측면에서 고려한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정책이 필요
작년 산림청은, 탄소중립을 위해 수령 30년 안팎의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국내 산림의 노령화로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이 3분의 1로 떨어질 것을 보고, 30년 간 30억 그루를 새로 심어 탄소 3400만 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환경단체는 오래된 나무의 탄소 흡수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며 벌목 계획에 반발하였고, 그 외에도 숲이 주는 생물다양성 등 다른 혜택을 간과한 점과 오래된 나무의 기준을 30년으로 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이었습니다.
* 이미지: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 30만㎡(약 9만평) 산에서는 지난 13일 대규모 벌목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일대 산에는 40년 이상 된 잣나무, 소나무 등이 심어져 있었다. /중앙일보 고운호 기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서는 21일 기존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기후변화를 고려한 산림 계획을 입안해야 한다는 미국 연구팀의 논평이 실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조나단 오버펙 미국 미시간대 환경 및 지속가능성학부 교수와 데이비드 브레셔스 미국 애리조나대 천연자원 및 환경학부 교수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평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신 나무를 심는 아이디어는 꿈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브레셔스 교수는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심을 수는 없다”는 비유적 표현을 쓰며 과학적 고려 없이 많은 나무를 심어 돈을 낭비하는 대신 기존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은 식생 변화에 최적화된 새로운 과학과 정책 및 재정 메커니즘을 활성화해야 하며 우리가 심거나 보존하려는 나무와 숲이 기후변화에 직면해 생존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위해서는 과도한 산림이용 및 벌채로 산림이 황폐화되지 않도록, 자란 생장량 내에서 벌채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연간 벌채량을 연간 생장량으로 나눈 것을 이용률이라 하며, 이것을 100% 내에서 해야하는 것입니다. 유럽 주요국인 독일, 덴마크, 스위스, 핀란드, 영국의 이용률은 55.7%, 40.9%, 99.1%, 65.3%, 50.7%임에 반면 우리나라는 18-19%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산림관리 면적과 예산을 2배 정도 늘여야 2050년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연 3,000만톤 정도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벌채와 식재에 있어서는 환경적, 사회적, 과학적 측면의 논의와 고려가 필요합니다.
환경적 측면에 있어서는 단순히 탄소 흡수를 떠나, 다양한 생태계 기능, 목재생산, 물 저장고, 기후 완화 등 환경자원으로의 고려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측면으로는 가치사슬 경로, 예를 들어 목제품을 활용하는 순환 경제형 감축 경로 및 산림 관리를 통한 토지환경개선 및 환경서비스 증진 등의 시너지효과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적 측면에서는 산림탄소 중립 전략 수립 및 그 평가에 있어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에 기술과 제도로서 극복해야한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세계의 1/3 및 우리나라의 2/3에 달하는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유지 및 증진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존중하는 인류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도시 녹지: 각종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

서울의 녹지화 정책: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앞서 살펴 보았듯, 울창한 산림을 보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내 녹지화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현재 서울 도심의 공원, 녹지 비중은 전체 면적의 3.7%에 불과합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26.5%), 영국 센트럴 런던(14/5%) 등 세계 대도시에 비교하면 녹지율이 현저히 낮습니다. 다른 도시들은 도심의 마천루와 풍부한 녹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밑그림을 가지고 도심 개발을 했다면 서울은 녹지확보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작년 4월, 오세훈 시장은 고밀‧복합 개발과 녹지공간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 활력이 떨어진 서울도심을 대전환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핵심은 건축물 높이(90m 이하)와 용적률(600% 이하) 등 기존 건축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를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도심 전체를 녹지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3.7%에 불과한 서울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4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시는 우선 서울도심에서 가장 낙후되어 변화가 시급한 ‘종묘~퇴계로 일대’ 44만㎡부터 재정비를 시작합니다. 이후 동-서로는 1가부터 8가까지, 남-북으로는 율곡로에서 퇴계로까지 서울도심 전체를 ‘녹지생태도심’으로 만들어 하늘에서 보면 온통 녹색으로 물든 도심을 구현한다는 계획입니다.
도시 환경 개선은 물론 도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증진까지
이렇게 뒤늦게라도 도시를 녹지화하는데 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논문*에 따르면, 녹지의 기온저감영향은 녹지로부터 반경 500m까지 미치고, 그로 인해 시가지 중 100m 당 0.1도 이상의 기온저감 영향을 받는 면적은 67.33k㎥ 로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18.09%를 차지하며 서울인구 약 1천만 명 기준 약 180만명이 기온 저감 수혜인구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녹지의 경계부와 시가지의 기온은 평균 0.78도, 최저 0.3도, 최대 1.7도의 차이를 보였기에, 열섬완화 및 열 쾌적성에 과학적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참고로 열섬현상이란, 도시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및 아스팔트 포장 등은 태양열에 쉽게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렇게 올라간 온도가 도시의 높은 건축물로 인해 공기의 순환이 억제되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머물면서 해가 진 후에도 도심에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사는 곳 근처에 녹지가 우거져 있을 수록 미세먼지(PM10)에 의한 질병 사망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10㎍/㎥ 높아졌을 때 사고사를 제외한 전체적인 사망률은 평균 4.49%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심혈관질환의 경우, 녹지가 가장 우거진 지역의 사망률이 7.46%로 녹지가 가장 적은 지역의 11.23%보다 크게 낮았으며 허혈성심장질환은 각각 1.89%, 7.86%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생활 주변의 녹지 공간이 미세먼지 자체를 저감할 뿐만 아니라 평상시 신체 활동 촉진과 스트레스 해소, 염증성 질환 예방 등을 통해 관련 질병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녹지 공간에서의 신체 활동에 따른 건강상 이익이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대도시 별 미세먼지 농도 분포 (*논문발췌)
대도시 별 녹지 공간 분포도 (*논문발췌)
또한 자연경험에 따른 뇌 변화를 연구하는 실험***도 있었습니다. 실험은 참가자에게 1시간 동안 자연과 도시를 걷게 하였는데요. 도시를 걸을 때는 불안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 반면, 참가자의 시야에 자연경관이 많아질 때는 뇌의 혈류량이 줄어들어 긴장감과 불안증세가 현저히 낮아져 뇌가 편안한 상태로 접어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실험에서는 “도시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녹색 처방)은 도시의 불리한 영향을 완충하고 정신분열증 발병을 예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출처: BalanceFormCreative/Shutterstock
신체적질환인 알레르기반응과 면역력에 대해서도 환경에 따른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쾌적한 도시지역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환경·신체적 질환에 대한 내성이 훨씬 강하게 나타났고, 도시지역 직장인의 경우 단 하루 동안의 자연체험으로 인해 떨어진 면역력이 회복되었고 그 효과는 한 달이나 지속됐다고 합니다.
논문 출처
* 윤민호, 안동만(2009), 「위성영상을 이용한 도시녹지의 기온저감 효과 분석」, 『한국조경학회지』 37, 46-47p. ** 변가람, 최용수 외 4인(2021), 「지역간 상대위험도 변동을 고려한 미세먼지 기인 질병부담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연구」, 『Journal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 486-495p. *** Sonja Sudimac, Vera Sale & Simone Kuhn (2022), 「How nature nurtures: Amygdala activity decreases as the result of a one-hour walk in nature」, 『Molecular Psychiatry』 27, 4446-4452p. **** 김민지 외 12인 (2021), 「소아청소년 알레르기비염의 주요 역학적 특성과 자연경과」, 『Allergy Asthma Respir Dis』 9(4), 203-207p.
이렇게 대한민국 국가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을 지속가능하도록 유지 관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도시 속 녹지화의 진행 방법 및 효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산림도 다양한 방면에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특히 도시 녹지화에 있어서는 저희 마초의사춘기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도시 속 가드닝에 일조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ditor. jeje @전략기획팀
식물로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 마초의사춘기에서 발행하는 PPP 매거진입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여러분께 자연과 식물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소개합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공간과 컨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