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공간을 시각으로 기억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조경과 조명, 상징적인 구조물과 랜드마크가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감각은 눈보다 먼저 공간의 ‘소리’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셨나요?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 사람들의 대화, 바람과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시장의 활기, 도시의 리듬.
우리는 종종 그 공간을 “본 것”보다 “느낀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근 공간 설계에서는 이를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간 안에서 어떤 소리를 남기고, 어떤 소리를 지울 것인가를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도시와 상업공간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 소리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은 왜 ‘소리’를 설계하기 시작했을까
자연의 소리로 도시를 지운 공간 : Paley Park
많이들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 맨해튼 중심에 위치한 Paley Park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공간의 핵심은 단순한 조경이나 폭포 구조물이 아닙니다.
Paley Park는 20피트 높이의 인공 폭포를 설치하여 차량 소음과 도시의 잔향을 지속적인 물소리로 덮어냅니다.
실제로 이 폭포는 단순 조형물이 아니라, 교통 소음을 차폐하고, 도시의 긴장감을 낮추며, 공간 안의 대화와 사람의 움직임만 남기도록 설계된 하나의 음향 장치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조용함”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완전히 소리가 없는 공간보다, 오히려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소리 안에서 더 오래 머뭅니다.
물이 떨어지는 일정한 리듬 속에서 도시의 경적과 엔진음은 점점 흐려지고, 공간은 심리적으로 도시와 분리된 상태처럼 느껴집니다. 소음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느끼는 소리로 도시를 다시 구성한 것입니다.
Paley Park 이후로 많은 호텔과 쇼핑몰, 복합상업시설들이 분수와 water feature를 단순 장식이 아니라 사운드 마스킹(sound masking)을 위한 장치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공간 : Sony Park Ginza
Sony Park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이야기할 때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왜냐하면 이 공간은 도시의 소음을 제거하기보다, 도시의 흐름 자체를 공간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Sony Park는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의 Sony Park는 ‘비어있는 도시 공원’에 가까웠습니다.
2018년 처음 공개된 Ginza Sony Park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기존 Sony Building 철거 이후 재건축 과정에서 등장한 이 공간은 건물보다 공터에 가까웠고, 외부와 거의 경계가 없었으며,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머무르는 구조였습니다.
즉, 공원을 도시와 분리된 휴식공간이 아니라, 도시 흐름 속 열린 플랫폼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실제로 초기 Sony Park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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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야바시 교차로와 직접 연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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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이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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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도로와 시각적으로 단절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횡단보도 신호음, 차량 흐름, 사람들의 발걸음, 긴자의 거리 리듬이 공간 안으로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보통 상업공간이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내부 BGM으로 공간을 채운다면, Sony Park는 반대로 도시의 소리 자체를 공간의 ambience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하지만 2025년 이후 리뉴얼된 Sony Park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초기의 열린 공터형 공간보다 노출 콘크리트, 메탈 그리드 파사드, 수직형 아트리움, 계단 중심 동선 구조가 강해지며 훨씬 더 건축적인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이전보다 다소 닫힌 공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들이 오히려 도시의 소리를 더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상업공간은 흡음재와 천장 마감으로 소리와 잔향을 줄이려 합니다.
반면 Sony Park는 사람들의 발걸음, 대화, 콘크리트와 금속에서 반사되는 소리, 열린 보이드(void)를 따라 퍼지는 도시의 ambience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습니다.
이 공간의 사운드스케이프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건축 구조와 도시의 흐름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의 리듬에 가깝습니다.
초기의 Sony Park가 ‘도시 속 열린 공터’였다면, 현재의 Sony Park는 도시의 소리와 흐름을 담아내는 하나의 urban platform로 진화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의 소리 자체가 공간이 된 사례 : Pike Place Market
시애틀 여행 계획을 할때 첫번째 꼭 들려야하는 장소로 손꼽히는 Pike Place Market은 “소리를 정리한 공간”이 아니라, 상업 활동의 소리 자체가 공간의 정체성이 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은 1907년에 시작된 미국의 오래된 공공시장으로, 지금도 농부, 장인, 상인, 식당, 소규모 점포들이 함께 운영되는 살아있는 시장입니다. 공식 소개에서도 Pike Place Market은 시애틀 도심 9에이커 규모의 역사 지구 안에서 지역민과 관광객이 쇼핑하고, 먹고, 발견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곳의 핵심은 단순한 판매가 아닙니다.
시장 안에는 생선 상인의 외침, 주문을 주고받는 소리, 생선을 던지고 받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과 환호, 거리 공연, 카페와 식당의 조리 소리, 군중의 움직임이 겹쳐집니다.
특히 Pike Place Fish Market은 스스로를 “We’re the guys that throw the fish!”라고 소개할 정도로, 생선을 던지는 행위를 대표적 경험으로 삼고 있습니다. 1986년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겠다”는 목표 아래 고품질 해산물, 고객 서비스, 커뮤니티 기여를 중심으로 운영했고, 지금은 “in-person fish throwing”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합니다.
이건 단순 퍼포먼스가 아니라 상업 행위가 청각적 이벤트가 된 사례입니다.
생선이 날아가고, 상인이 외치고, 고객이 반응하는 순간은 시장의 소리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듭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그 활기와 장면을 경험하기 위해 이 공간을 찾습니다.
숫자로도 이 효과가 확인됩니다. Visit Seattle은 Pike Place Market이 연간 약 1,000만 명을 끌어들이는 시애틀의 대표 명소라고 소개합니다. 오래된 경제 영향 보고서에서도 1977~1997년 보행자 카운트 기준 연간 800만~1,000만 명 수준의 방문이 지속되었고, 여름철 평일 평균 27,000명, 토요일 평균 40,000명의 보행량이 있었다고 기록합니다.
이제 공간에 ‘사운드스케이프’는 필수입니다.
마초의사춘기는 그동안 공간을 단순히 보기 좋은 장면으로 만드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이 그 안에서 어떻게 머무르고, 움직이고, 기억하게 되는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습니다.
식재와 조경, 동선과 구조, 콘텐츠와 운영을 통해 공간의 경험을 설계해왔다면, 이제는 그 감각을 더 확장하기 위해 ‘소리’까지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초의사춘기는 몰입형 사운드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사운드울프(SOUNDWOLF)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운드울프는 이머시브 사운드를 기반으로 공간 맞춤형 사운드스케이프를 제작하고, 외부 소음을 자연스럽게 마스킹하며, 청각 피로를 줄이는 방식으로 공간 안의 공기감과 리듬을 설계하는 사운드 기반 콘텐츠 브랜드입니다.
실제로 교보문고 광화문점 〈The Sound of Page〉 프로젝트에서는 독서와 사운드를 결합한 몰입형 공간 경험을 통해 약 2만 명의 방문객과 기존 대비 300% 이상의 체류시간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사운드울프가 만드는 사운드스케이프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경험이 아니라, 어떤 소리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어떤 리듬이 공간 안의 체류감을 만드는지를 직접 느끼게 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사운드울프의 인터랙티브 플랫폼 ‘뒤뜰(BACKYARD)’에서도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등 다양한 자연 기반 사운드를 직접 조합하며 자신만의 소리 환경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마초의사춘기는 앞으로도 공간 안의 식재와 자연 요소, 구조와 동선, 콘텐츠와 운영, 그리고 사운드까지 함께 연결하며 사람이 더 오래 머무르고 싶어지는 공간 경험을 지속적으로 시도해나가고자 합니다.
결국 최근 공간은 단순히 ‘보이는 공간’을 넘어, 사람이 어떤 감각과 상태로 머무르게 되는가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운드스케이프는 그 경험을 만드는 중요한 공간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간은 더 이상 단순히 ‘조용한 공간’을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공간은 자연의 소리로 도시의 밀도를 낮추고, 어떤 공간은 도시의 흐름 자체를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며, 어떤 공간은 사람들의 활동과 움직임 자체를 하나의 분위기로 만들어냅니다.
공간은 이제 소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어울리는 리듬과 공기감을 설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리테일과 복합상업공간처럼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고, 반복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공간일수록 이러한 흐름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감각으로 공간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마초의사춘기 역시 앞으로 공간 안의 식재와 구조, 콘텐츠와 운영뿐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서 어떤 감각과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가까지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사운드스케이프는 앞으로의 공간 경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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