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2/P. 식물로 200%의 가치를 만든 공간

더현대서울 사운즈 포레스트 (출처: 더현대)
식물과 공간이라고 하면 보통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물론 제가 원하는 답변이 이미 썸네일 사진에 있지만, 아마 ‘나 트렌드 좀 안다!’ 하시는 분들은 더현대 서울을 떠올리실 거에요.
음? 꼭 건축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왜 공원이 아니라 더현대 서울이 떠오르냐구요?
식물을 통해 공간의 가치를 200% 높이고, 그로 인해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기 때문이에요. 식물이 없는 더현대 서울을 상상해 보세요. 과연 지금처럼 인기 있었을까요? 그리고 반대로, 쇼핑을 하고 나서 실내에서 숲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나요?
그래서 오늘은 식물을 통해 공간의 가치를 만들어낸 국내외 사례를 살펴볼까 합니다. 이를 통해 식물이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지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국외사례-1. 뉴욕 하이라인 파크
국외사례-2. 도쿄 로프트 긴자
국내사례-1. 바니스 뉴욕 뷰티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국내사례-2. 카카오 아지트

국외사례-1. 버려진 공간을 되살리는 방법, 뉴욕 하이라인 파크

국내에선 서울로 7017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뉴욕 하이라인 파크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너무 유명한 성공 사례지만, 사실 이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도 아주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으로 보편화되면서 철도는 1980년을 마지막으로 운행이 중단되고 도시의 애물단지 신세가 됐습니다. 1990년대, 하이라인이 위치한 첼시 지역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자, 용도 폐기된 철로를 철거하고 지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수립됐습니다.
하지만 두 젊은이 조슈아 데이비드로버트 하먼드가 하이라인을 철거하기보단 재생해보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첼시 지역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과 함께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비영리단체를 결성했습니다.
조슈아 데이비드(좌)와 로버트 하먼드(우) (출처: Learning with Experts)
이들 모임은 사진작가 조 스턴팰트와 함께 폐철로의 풍경과 그곳에서 자라는 야생화와 식물을 카메라에 담아 발표했습니다. 2002년 부임한 블룸버그 시장이 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하이라인 공원화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하이라인의 구역별로 자라난 야생화를 관찰했습니다. 태양이 많이 비치는 곳, 바람이 많이 부는 곳, 그늘진 곳 등… 다른 환경조건에 따라 자라난 야생화와 초본류를 그대로 유지하며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현재 하이라인에는 다년생 식물, 관목, 넝쿨류, 나무 등 350종 이상의 식물이 생기 넘치게 자라고 있습니다.
하이라인 파크 기존 모습 (출처: 서울신문 )
현재 하이라인 파크 (출처: 위키미디어)
블러링 기법이 돋보이는 하이라인 파크 (출처: Archdaily )
도시 위에 떠있는 숲을 걷는 경험도 독특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식물이 자리잡은 화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블러링 기법 ‘Blurring’ 사용한 모습도 인상 깊습니다. 경계선이 분명한 화단이 아니라 인도와 화단 사이의 변화가 서서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 삶에 식물을 자연스럽게 녹이고자 한 노력이 돋보입니다
또한 하이라인은 단순 건축/디자인적 측면을 넘어 피크닉/공연 등 도심 속 자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행위에 대한 지원성(affordance)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풀밭에 누워 휴식하는 사람들 (출처: Archdaily )
전망대가 된 끊어진 철길 (출처: Archdaily )
Interim Walkway (출처: Archdaily )
공연을 위한 무대가 한 켠에 있고, 곳곳에 설치 미술품이 놓여 있습니다. 중심 축에서 벗어나 가지처럼 뻗어나가려다 끊어진 부분은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되었습니다. 1980년 철길이 폐쇄되면서 제멋대로 자라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인터림 통로(Interim Walkway)는 이곳이 지닌 시간을 체감하게 합니다.
이곳 하이라인 파크에서 식물은, 도시의 틈에서 인간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게 합니다.
INFORMATION
위치: 미국 10011 New York
건축가: Charles Renfro, James Corner, Piet Oudolf
웹사이트: 하이라인 파크의 식물이 궁금하다면 여기!

국외사례-2. 식물로 라이프 큐레이팅하기, 도쿄 로프트 긴자

소품을 좋아한다면 도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로프트 긴자! 문구, 화장품, 여행용품까지 없는게 없는 이곳을 누군가는 잡화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 잡화나 일단 팔아~? No!!!!!
저는 이곳을 잡화점보단 ‘라이프스타일 숍’ 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다양한 취향에 맞춘 문구를 판매하기도 하고, 1층의 푸드랩에선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식료품을 진열하는 등 ’큐레이팅’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로프트 긴자 1층 (출처: 브런치)
로프트 긴자 1층은 입구에서부터 화분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이 보이시나요? 이곳에서 식물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동시에, 우리의 삶에 식물이 들어온다면 어떨지 상상케 합니다. 화분을 판매한다고 해서 ‘상품으로서 나란히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지를 보여주죠. 단순히 화분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의 삶’을 떠올리게 하고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 식물들은 로프트의 색인 노란색, 그리고 나란히 진열된 제품들을 부드럽게 중화시켜 제품들이 삶에 녹아 들어간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어줍니다.
로프트 긴자 1층 (출처: schemata )
로프트 긴자 1층 (출처: schemata )
INFORMATION
위치: 일본, 〒104-0061 도쿄 주오구 긴자 2가 4-6
건축가: 로프트 긴자의 다른 층이 궁금하다면 건축사무소 Schemata 홈페이지
웹사이트: 로프트가 무엇을 파는 곳인지 궁금하다면 로프트 홈페이지
해외 사례의 경우 식물을 우리 삶과 연결 짓기 위해 공간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팬데믹 이후에서야 막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국내에서는, 오히려 상업적인 측면에서 식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소개한 더현대 서울도 마찬가지이죠!)
방금 보여드렸던 삶에 접근하는 리테일 공간인 로프트 긴자와는 또 다르게, 국내 사례들은 브랜드 가치나 브랜드 스토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연을 공간에 끌어옵니다!

국내 사례-1. 브랜드 가치를 자연으로 느끼기, 바니스뉴욕 뷰티 도산 플래그십

바니스뉴욕뷰티 도산 플래그십 (출처: 코스모닝 )
바니스 뉴욕 뷰티는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인 ‘바니스뉴욕’의 럭셔리한 감성을 계승해 뷰티, 웰니스, 워터 3가지 카테고리로 전개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지난해 뉴욕, 도쿄, 서울에서 동시 론칭했으며, 바니스 뉴욕 뷰티 도산점은 오프라인 매장으로서는 무려 최초였다고 합니다!
바니스뉴욕뷰티는 도산점은 총 3층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뷰티‧웰니스‧워터 등 세가지 주제별 제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1층에는 브랜드 철학의 핵심인 가장 청정하고 순수한 ‘물’을 상징하는 분수 오브제, Mystical Fountain가 식물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매장의 가장 아이코닉한 공간이며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이죠!
하지만 이 분수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바로 손을 씻으며, 디스플레이된 핸드워시와 핸드크림을 직접 사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 옆에는 바니스뉴욕 뷰티만의 예술적 시각으로 완성한 보태니컬 아트 ‘클라우드베리 포레스트(Cloudberry Forest)’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포토존에서는 이 클라우드베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담아낸 인스타그램 AR 필터로 직접 촬영하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바니스뉴욕뷰티 도산 플래그십 (출처: 장업신문 )
INFORMATION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53길 38
운영시간: 매일 11:00 ~ 20:00
이렇게 브랜드 공간에서 식물이 활발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식물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이 있기 떄문 아닐까요? 외부 활동이 제한된 이후, 푸른 풍경과 맑은 공기를 바라던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험은 돈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브랜드는 식물을 적극적으로 공간 경험으로 제안합니다.
한편, 이러한 갈망이 가장 강렬한 공간에서도 이제 식물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네? 그게 어디냐구요?
월요일에 가장 가기 힘든 그 곳,
회사입니다.

국내사례-2. 요즘 오피스는 건물 안에 숲을 만든다, 카카오 아지트

출처: 조선비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해봤겠지요. 아! 상쾌하게 숨 좀 돌리고 일했으면! 카카오가 작년 7월, ‘판교 카카오 아지트’ 신사옥에 입주를 시작하며, 이러한 불만을 가진 직장인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출처: 아주경제
출처: 아주경제
‘카카오 아지트’는 사실 카카오에서 2009년부터 사용해온 업무용 커뮤니티 서비스의 이름입니다. 신사옥이 만들어지며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이구요. 카카오 계열사들이 한 데 모여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정말 그들만의 ‘아지트’같은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고 합니다!
"아지트는 사람들이 자주 어울려 모이는 장소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이 이뤄지길 바라는 의미에서 사옥명을 '카카오 판교 아지트'로 지었습니다"
"지속성장과 그에 따른 안정적 업무 공간 확보를 위해 신규 사옥 '카카오 판교 아지트'를 오픈했습니다"
"전층을 수직 계단으로 연결하고 소통 가능한 다양한 장소를 통해 크루들이 언제 어디서나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카카오 관계자
아지트는 A동, B동 두 건물로 나뉩니다. A동은 카카오 본사, B동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조금씩 다릅니다. A동은 환경친화적, B동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입니다. 카카오 아지트는 친환경 콘셉트로 연결된 성장하는 도시를 표방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1층 로비는 식물과 미디어월이 공존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놀라운 점은 이 곳에 있는 모든 식물들이 생화라는 것입니다! 대형 남부수종 실내식물 150평정도를 채우고 있습니다. 탁 트인 공간에 맞게 에스컬레이터의 높이와 비슷한 나무까지 자리잡고 있죠. 시각적으로 독특한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실제 공기정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더불어, 인테리어 자재는 모두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시공 공법을 통해 유해물질을 최소화 했다고 밝혔습니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리드(LEED)의 골드 인증도 취득할 전망입니다.
카카오 아지트는 1-3층까지 외부인도 출입 가능하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INFORMATION
위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166
운영시간: 평일 10:00 ~ 21:00 / 토요일, 일요일 12:00 ~ 20:00
어떠신가요? 공간에서의 ‘식물력’은, 공간의 가치를 200%, 어쩌면 그 이상으로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다양합니다.
식물과 함께하는 공간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가치를 체험하게 하며, 지친 일상에서 숨을 쉬게 합니다.
인간은 공간을 만들지만, 식물은 공간을 완성합니다. 식물은 종종 아주 힘없는 것, 움직이지 못하는 것, 혹은 아주 조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흙에 뿌리내려 가만히 존재하는 줄만 알았던 이 식물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생각할 때마다 지구에서 가장 강한 존재임을 실감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것을 느끼셨다면 좋겠네요.
editor. WOO @PM팀
식물로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 마초의사춘기에서 발행하는 PPP 매거진입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여러분께 자연과 식물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소개합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공간과 컨텐츠를 만듭니다.